소셜미디어와 역의제설정, 그리고 부작용

2023-12-04

 

우리는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소셜미디어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다. 면대면 대화를 통해, 전화와 문자를 통해,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그 주제와 정보의 출처는 주로 소셜미디어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미디어의 사용과 생산이 더 많이 확산됨에 따라 우리들의 일상은 미디어의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인 웹 2.0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주로 언론 등의 매스미디어가 게이트 키퍼로서 단독으로 의제설정(agenda-setting) 기능을 수행했다. 여기서 의제설정 기능은 미디어가 중요하다고 선정한 이슈를 강조해서 보도하면, 이를 대중에게도 중요한 의제로 파급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웹 2.0이 활성화되면서 특히 소셜미디어는 개인이 게시물과 댓글 등을 통해 평등하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통합하여 여론을 만드는 공론장으로 활용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매스미디어에 의해 의제가 선정되어 파급되는 전통적인 의제설정 이론 모형과는 달리, 반대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가 매스미디어에 파급되는 역의제설정 현상이 쉽게 관찰된다(이지민, 2016). 
더이상 매스미디어만이 의제 파급의 유일한 주체가 아니게 된 웹 2.0 시대에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은, 역의제설정 현상을 그저 의제 파급의 방향이 바뀌게 된 것으로만 여겨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매스미디어가 정해주는 이슈만 가지고 논의하는 시대가 끝난 것은 사실이다. 더 다양한 내용과 주제의 이슈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그 의제에 관해 직접적으로 논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한 환경에 우리는 사회가 한 층 더 발전할 수 있음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제가 파급되는 이 편리한 환경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어떠한 의제이든 간에 그 초기에는 하나의 글, 하나의 콘텐츠로부터 시작되어, 그에 관한 대중의 반응과 관심이 모여, 대중 간의 공식적인 의제가 설정되는 메커니즘을 갖는다. 그리고 그 글을 작성하는 데는 어떠한 직업 정신도 필요치 않다. 기자가 기사를 쓰는데 요구되는 주의 의무, 그러한 윤리의식이 소셜미디어에서는 요구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으로 쓰여진 글과 콘텐츠가 만연해 질 수 있으며, 그 텍스트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소셜미디어에서는 제재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렇게 거짓으로 쓰여진 것들 중 파급력이 크고, 그로 인해 받는 피해도 큰 대표적인 사례는 가짜 뉴스이다. 특히나 대중이 가장 기본적인 영상 기반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사용하는 유튜브에서도 가짜 뉴스의 형태를 가진 콘텐츠를 찾아보기 쉽다. 가짜 뉴스는 기본적으로 거짓된 내용을 수용자들로 하여금 사실로 인식하도록 하며,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악의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악의적인 가짜 뉴스 이외에도, 사실이 아닌 정보를 검증도 없이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는 유형의 가짜 뉴스도 존재해, 특정 대상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일상이자 주된 공론장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더 다양한 의제가 논의 될 수 있도록 마련된 환경의 부작용적인 측면으로 생성되는 거짓된 콘텐츠 앞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막이 존재해 섣불리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인 대책에 앞서 의식적인 부분인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이 강조된다. 여기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더이상 정보에 대해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게 된 대중들이, 생산자적인 측면에서의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가령, 콘텐츠를 제작하여 플랫폼에 내보내게 되면 자신의 콘텐츠를 보고 학습하고 생각하는 시청자가 생긴다는 ‘책임감’, 다루는 소재에 대한 진위성과 당위성 등을 강조하는 것이다(배지혜, 2022).  이제는 누구나 생산자와 소비자가 된 시대이기에, 거짓된 콘텐츠에 대해서도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의 측면을 포함하여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대중에게 각인된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가짜 뉴스를 포함한 거짓된 글에 대한 의제가 설정되고 본격적인 논의가 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참고문헌.  
배지혜 (2022).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정보와 리터러시에 대한 연구>.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이지민 (2016). 집단지성과 역의제 설정 관점에서 바라본 웹 2.0 시대의 네티즌 번역의 기능과 시사점. <통번역학연구>, 20권 2호, 103-128.